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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온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런 속담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실천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은 똑같은 돈이지만, 실제 쓰임은 똑같지 않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벌었냐"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음의 회계 (Mental accounting)"라는 심리작용때문입니다. 넛쥐(Nudge)로 널리 알려진 리처드 쎄일러가 제시한 이론입니다. 같은 돈이라도, 그 돈을 어떤 틀 (마음의 회계계정)로 볼것인가에 따라, 돈의 쓰임새는 물론, 사람의 행동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기업이 회계장부를 작성하는 것처럼, 개인들도 마음에 고유한 회계장부사람를 갖고 있습니다. 오락계정, 생활비계정, 소득계정, 비용계정 등등 말입니다. 오락계정에 있는 돈은 부담없이 쓰지만, 생활비계정 있는 돈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2만원짜리 표를 샀는데, 그 표를 잃어버린 경우, 상당수의 사람들은 영화보기를 포기합니다. 그런데, 표를 산다음 현금 2만원을 잃어 버린 경우에는 영화보기를 포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관련 글은 여기). 똑같이 2만원을 손해봤는데 말입니다. 영화표의 2만원은 영화계정에 있었고, 현금2만원은 영화계정에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회계작용은 기업의 활동에서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개선 캠페인한다고 수백억원, 심지어 수천억원이나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업의 과실과 관련된 피해보상과 관련해서는 대단히 인색합니다. 기업명성에 흠이 잡히는데도 말입니다. S사1의 선박이 사고로 기름을 유출한 사건의 경우, S사1의 자금력으로 보아, 주민들이 요구하는 피해보상액을 수용하는 것은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S사2 직원의 백혈병 사망사건 역시, 요구하는 보상금을 모두 지급한다고 S사2 이익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S사1과 S사2는 보상금액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보상금액을 최소화하려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고, 기업의 명성에 커다란 상처가 생긴다는데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훌륭한 명성 구축한다고 수천억원씩 쓰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애써 쌓아놓은 명성을 훼손하고 있는 셈이지요.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기업이 명성구축에 투자한다면, 명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텐데 말입니다.

이는 기업의 피해보상에 대한 돈의 회계계정과, 명성구축에 대한 돈의 회계계정이 서로 분리돼 있기 때문입니다. 보상금은 명성계정이 아니라, 손해계정에 들어 있기 때문에,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 그 지출금액을 줄이려 하는 것이 기업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지출금액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명성이 훼손되는 점입니다.

기업이 부정적 사건에 각별하게 신경써야 하는 이유는 나쁜게 훨씬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인 로비 바우바이스터(플로리다 주립대 심리학과)와 떠오르는 스타 심리학자 캐슬린 보 (미네소타 대학 경영학과) 가 2001년에 발표한 아주 유명한 논문입니다. 부정적 사건은 생존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쁜 소식에 특별하게 귀를 귀울이고, 훨씬 더 오래, 강력하게 기억합니다. 언론매체에 부정적 뉴스가 주를 이루는 것도 이런 생존의 논리때문입니다. (저명한 언론학자인 파멜라 슈메이커(시라큐스대 소통학과)가 이미 1996년에 갈파한 내용입니다.) 반면, 긍정적 사건은 좋은 것이긴 하지만, 그 소식 놓친다고 생존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긍정적 뉴스는 대체로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이를 직접적으로 테스트한 연구도 있습니다. 찬물에 손을 담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미지근한 물에 손을 담근 사람들보다 훨씬 기억을 정확하게 합니다.

즉, S사2 직원의 백혈병사망, S사1의 기름유출 사건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뇌리에 아주 깊게 박힐만한 뉴스입니다. 여기에 S사1과 S사2가 이해당사자들과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뇌리에 박힌 부정적 뉴스를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기업의 명성은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역량Competence와 따스함Warmth입니다. 사람들은 역량과 따스함중에 따스함을 더 심각하게 여깁니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수전 피스커(프린스턴 대학 심리학과)의 연구입니다. 미국 심리학회 회장도 역임했던 분입니다.) 이 역시 구석기시대사람들의 생존과 관련돼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을 보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게 적의가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겁니다. 적의가 있는지 판단한 다음에 그 적의를 실행할 역량이 있는지 판단합니다. 이런 과정을 수십만년겪으며 살아남은게 우리 호모사피엔스입니다.

기업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역량도 중요하지만, 따스한지 아닌지가 우선입니다.

S그룹의 기업명성 구축캠페인을 보면 역량과 따스함 두가지를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캠페인바깥의 모습입니다. 역량명성은 캠페인과 일치합니다. 그런데, 따스함명성은 캠페인과 그리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불일치는 기업명성에 상당히 해롭습니다. 캠페인 안하느니만 못하다고도 할수 있습니다.

보상금을 손해계정에서 명성계정으로 옮겨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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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용민 2010/09/22 20:3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너무 너무 적절하고 멋진 인사이트와 정보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됩니다. 이제 현상에 대해 적절한 설명이 가능하겠네요. 대단한 정보 감사합니다.

    한국오셔서 연락한번 주세요. 함께 맥주 시원하게 나누시죠!! :)

    • 감사합니다. 정대표님의 현장의 인사이트덕입니다. :)

      네, 10월중 연락드리겠습니다.